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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동물의료센터 인턴일기] 3주차 최재영 인턴 수의사의 동물병원 속 하루일기[VIP동물의료센터 인턴일기] 3주차 최재영 인턴 수의사의 동물병원 속 하루일기새싹이 파릇하게 돋아나는 3월, 기나긴 예비수의사 생활을 끝내고 설렘과 기대로 시작한 인턴생활이 어느새 3주차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게 얼떨떨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들이 많지만 VIP 동물의료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원장님들, 선배 수의사님들, 테크니션분들께서 너무나도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잘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진료 업무에 들어가지 않는 제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입원견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아침에 출근 하자마자 입원한 아이들의 체중과 TPR(체온, 심박수, 호흡수)을 측정하고 근무중에는 위중하거나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을 유심히 보아야 합니다. 인턴으로 출근했던 첫 날, 과장님께서 입원장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던 중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한 입원견이 몸이 경직된 채로 뒤로 넘어가던 것이었습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을 감지한 저는 아이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과장님께선 당황하지 않으시고 능숙하게 처치하여 금방 정상상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빨리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이가 다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막 일을 시작하게 된 제겐 입원견 모니터링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마음속 깊이 깨달을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알게 된 것이지만 반려동물이 발작을 하는 경우, 응급처치로 눈을 지그시 눌러주어 증세를 조금 완화시켜줄 수 있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수의사라는 직업이 동물병원 내에서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턴인 제게는 아직은 무거운 직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해보았던 간단한 Diff Quik 염색도 왠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선배 수의사 분들이 제게 혈액염색을 해보라고 하셨을 때도 괜한 걱정이 앞섰습니다. '혹시 염색을 했는데 제대로 안되면 어떡하지? ''그럼 나 때문에 다시 채혈을 해야 하는건가? '수술 전 검사로 혈액을 염색하여 혈소판 개수를 직접 세어야 했었는데, 수술을 앞둔 아이들에게 응고계 검사는 중요하기 때문에 잘못돼서는 안될 일이었습니다. 혈소판을 잘찾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 되던 상황이었지만 결국 염색은 잘 되었고 혈소판도 무사 히찾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너무 과한 걱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염색방법이나 현미경 을보는 법은 학교다닐 때와 다를게 없었고 변한 것은 장소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것은 주변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되 자신감을 가지고 일에 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뒤 첫 수의사 미팅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사안들이 나왔지만 원장님께서 하신 말씀이 굉장히 와닿았습니다."우린 수의사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너무 위축되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라."자만하고 엉성하게 일하는 자세는 지양(止揚)해야겠지만 그렇다고해서 너무 위축되거나 굳어있지는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 일기에서는 더 멋진 수의사의 모습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3.26 -
슬기로운수의사
[VIP동물의료센터 인턴일기] 2020 새로운 시작, 동물병원 인턴의 첫 번째 이야기[VIP동물의료센터 인턴일기] 2020 새로운 시작, 동물병원 인턴의 첫 번째 이야기2020년의 새로운 봄이 찾아왔습니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대로 외부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창문 밖의 햇살과 꽃잎으로도 충분히 봄만이 뿜을 수 있는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봄과 함께 VIP동물의료센터에도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이 들어오셨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 또한 그 중 한 명으로 지난 3월 1일부터 동대문본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출근 전날, 저는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꿈을 꾸고 말았습니다. 익숙치 않은 새벽 알람은 꿈에서 해방시켜 줌과 동시에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설렘을 가져왔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VIP동물의료센터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 저를 맞이해준 것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분위기를 풀어주시는 원장님과 내/외과를 맡고 계신 동대문본점의 든든한 두 팔인 과장님들, 너무나 따뜻하시고 자상하신 수의사 선생님들과 테크니션 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익혀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2020년의 새로운 봄이 찾아왔습니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마음대로 외부에 다니지는 못하지만, 창문 밖의 햇살과 꽃잎으로도 충분히 봄만이 뿜을 수 있는 싱그러움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봄과 함께 VIP동물의료센터에도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이 들어오셨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 또한 그 중 한 명으로 지난 3월 1일부터 동대문본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출근 전날, 저는 보이지도 않는 무언가에 계속 쫓기는 꿈을 꾸고 말았습니다. 익숙치 않은 새벽 알람은 꿈에서 해방시켜 줌과 동시에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설렘을 가져왔습니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 VIP동물의료센터에 첫 발을 디디는 순간, 저를 맞이해준 것은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분위기를 풀어주시는 원장님과 내/외과를 맡고 계신 동대문본점의 든든한 두 팔인 과장님들, 너무나 따뜻하시고 자상하신 수의사 선생님들과 테크니션 선생님,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익혀야 할 일들이었습니다. 물론 인턴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당장 제가 하는 일은 아픈 아이들을 살피고 처치를 보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사회 초년생이 그렇듯 기본적인 사항들을 숙지하고 직장에 익숙해지는 것이 첫 번째 업무입니다. 동물의료센터에서의 기본적인 사항이란, 병원 물품들의 위치와 소화계, 심혈관계, 항생제, 항경련제 등 다양한 약물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처방약을 조제하고 X-ray를 다루거나 수액을 조절하며, 아픈 아이에게서 얻은 여러 샘플들을 염색하는 법 등 실질적인 진료에 앞서 꼭 알아야할 사항들을 말합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어려웠던 것은 약제실 업무였습니다. 약제실에서는 수의사 선생님께서 진료를 보고 처방전 오더를 내려주시면 각 약물의 용량을 계산하여 약을 조제하는 일을 합니다. 이때, 강아지나 고양이의 경우 주로 5kg 전 후로 크기가 작은 아이들이 많기에 복용하는 약의 용량 또한 적어지게 되며, 때문에 복용 용량을 계산하는 것부터 약을 소분하는 것까지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약제실에서 보조로 일하는 수준으로, 선생님들께서 빠르게 약을 조제하실 수 있도록 필요한 약들을 꺼내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학교에서 배웠던 약물들의 명칭과 상품명과의 차이가 꽤 있다는 것입니다. 항생제인 amoxicillin은 그래도 상품명이 AXOXIL로 유추가 가능하지만 심혈관계 약인 benazepril 의 경우 상품명은 LOTENSIN으로, 상품명을 보고 바로 약물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수의사 선생님께서 내리신 처방전 오더를 보는 순간, 매치되지 않는 약물명과 상품명은 그대로 뇌에서 뒤섞여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 때마다 수의학과 본과 시절에 약리학 과목을 들으며 온갖 말도 안되는 암기법을 만들어 약물명과 그 작용을 외웠던 그 시간들이 참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계속 접하다 보면 언젠가 익숙해질거라고 다독여 주시는 수의사 선생님들과 테크니션 선생님들 덕분에 같이 입사한 인턴 선생님과 함께 힘내서 약물 이름 맞추기 및 위치 찾기 연습을 반복하고 있답니다. 그렇게 첫 출근을 한 지 한 주가 흘렀습니다. 인턴 수의사라기보다는 그저 “인턴”이라는 하나의 단어가 더 어울리는 초짜입니다. 배울 것은 아직 산더미이고, 나중에 병원에 내원한 아이들을 진료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릴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하지만 제가 실수할 때마다 달려오셔서 도와주시는 병원 테그니션 선생님들과,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알려주시려는 수의사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 찾아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설렘인 듯 합니다. 설렘이 가득한 3월 첫 째주를 마무리하며, 저의 첫 일기를 마칩니다.
20.03.13